사색 - 애착 인형

바느질은 오랜만입니다만


인형을 만든 이유


 곧 출산할 아이를 기다리면서 아이에게 선물해 줄 수 있는게 없을까 찾던 중 애착인형을 만들어서 선물하기로 하였습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많은 인형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중국산으로 수입해 오는 탓에 원단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제가 사용할 물건들이라면 걱정하지 않을 정도로 품질은 많이 올라왔지만 대량 양산으로 저가에 뽑아내는 제품의 목적은 분명 경우에 따라 다를 수 있겠습니다.

 분명 아이는 이것저것 손에 닿으면 입에 넣을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첫 선물은 저도 한번도 써보지 못했던 유기농 원단의 인형을 주기로 하였습니다.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이미 제작된 제품들 사이로 인형을 제작해볼 수 있는 DIY 제품들이 눈에 띕니다. 원단부터 실, 솜까지 무엇이 들어가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으니 좋을 뿐더러, 직접 만들어 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바느질은 어떻게? 실과의 기억


 현재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학교에 다니고 있을 때 '실과' 라는 과목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초등학생이었던 시절에 일상 생활에 도움이 되는 여러 기능 / 기술들을 배울 수 있게 하려는 목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당시에 요리 / 바느질 / 공구 다루는 법 등 기초적인 기술들을 배웠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 작고 귀여운 손들로 이런 것들을 했었다는게 신기하고 무엇보다도 그 배움들이 헛되지 않게 아직까지 몸에 습득이 되어 기억이 난다는 사실이 더 놀라운 것 같습니다.

 이러나 저러나 기억속의 기술들을 끄집어내어 왠지 뭔가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들어 빠르게 구매를 하였습니다.


선택한 토끼 인형, 출처 : 옹아리닷컴


토끼 인형


 제가 선택한 제품은 토끼 인형입니다. 아무래도 애착인형의 정석은 토끼인형이기도 하고 이 토끼는 흔히 아이들의 친구 / 인형의 기본으로 각종 영화나 드라마 등에 클리셰로 등장하기도 하여 많은 이들의 선택의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제가 인형을 직접 만지면서, 고르면서, 만들면서 느끼게 된 부분입니다. 많은 애착 인형이 토끼 인형의 형태를 띄고 있는 이유는 아이들의 손아귀 힘과도 연관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손의 힘이 약한 아이들은 둥글고 단단한 인형을 손에 쥐기 어려울 것이고 토끼 인형의 큰 귀와 과장되어 있는 긴 팔 다리는 아이들이 인형을 쉽게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줍니다. 

이탈리아 예술집단 '젤라틴'의 작품 높이 6m x 길이 60m 출처:Domus

구성품


 인형을 구매하면, 아니 정확하게는 인형 재료를 구매하면 토끼 모양의 천 두 장, 반짇고리, 옷 부분의 천과 솜이 배송되어 옵니다. 그리고 인형을 제작하기 위한 간단한 설명서가 동봉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인형 제작법은 눈에 뻔합니다. 천을 앞뒤로 겹친 상태로 테두리를 전부 박음질한 뒤에 마지막에 뒤집어 솜을 넣으면 되는 형태입니다. 

 바느질을 익숙하게 하시는 분들이 만들면 반나절쯤 걸리는 작업량일것입니다. 천은 면 재질이고 손으로 만져봐도 부드럽고 그 물성이 굉장히 연합니다. 연하다는 것은 마찰이 적고 그만큼 포근하다는 느낌을 주는 동시에 내구성은 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애착인형이라는 것이 천년만년 끼고 있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젠가는 보내줘야 할 것을 생각해보면 평생 보존될 정도로 내구성이 튼튼해도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인형 DIY 포함 구성품, 출처 : 옹아리닷컴

 해당 사이트의 오래된 리뷰들을 살펴보면 굉장히 재미있는 사진들이 많습니다. 이미 여러 모진 세월을 견뎌내고 마치 면으로 만들어지기 전의 원사 형태로 돌아가려는 친구들이 뜨문뜨문 보입니다. 

 게다가 인형의 얼굴 부분을 자수를 하여 만들게 되어있는데 해당 부분은 단순한 천 박음질에 비해 자수의 영역에 해당되어 꽤나 난이도가 있기 때문에 각양각색의 표정들로 디자인 되어 있는 모습들을 볼 수 있습니다.




깐따삐야 별로 가버린 인형, 출처 : 옹아리닷컴 리뷰 中 mylo*****


제작 후기


 아이를 가지고 얼마 안돼 야심차게 준비했던 인형은 저의 나태함과 피곤함 등의 여러 이유로 지속적으로 완성이 안되고 있었습니다. 위에 바느질에 익숙하신 분들은 반나절이면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은 양이라고 했었는데 첫 바느질부터 완성까지 대략 5개월 정도 소요된 것 같습니다.

 군대를 마지막으로 잡아봤던 바늘을 십수년만에 다시 부여잡고 거대한 손에 작은 사이즈와 작은 바늘 그리고 실타래들을 서로 오가며 했던 작업은 때로는 많은 인내를 불러왔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내가 출산에 다가오면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옆에서 조용히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은 제게도 많은 안정감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또한 눈치 안보고 편하게 앉아있을 수 있었다는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어릴적 좋아하던 미니카도, 프라모델 장난감들처럼, 손으로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것은 쾌감을 선사합니다. 인형은 바느질이라는 반복 작업을 통해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런 DIY가 그들과는 주는 재미가 다르긴 했으나 무언가 또 완성했다는 기쁨이 있습니다.

 드디어 인형을 완성해 소파에 기대놓은 모습을 보고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그간의 시간이 보람차게 느껴졌습니다. 저의 시간을 잔뜩 품은 이 인형이 아이에게 좋은 선물이 되기를 바랍니다.


토끼 인형 세상에 태어나다 Made by 토끼파파




작성일 : 2025년 07월 11일
작성자 : Tokkipapa
웹주소 : www.tokkipapa.com

갱신일 : 갱신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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